[이슈라인=장사라 기자] 차가운 겨울바람이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새벽, 제주도는 가장 고요한 시간 속에서 가장 화려한 장면을 준비한다. 어둠이 아직 바다를 품고 있는 시간, 그러나 동쪽 하늘 아래에는 어느새 붉은 숨결이 아스라이 번지기 시작한다.
제주의 겨울 일출은 ‘빛’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마치 하늘이 바다를 깨우기 위해 부드럽게 손을 뻗는 듯, 은은한 주홍빛이 바다결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이내, 파도 위로 떠오르는 태양은 황금빛 불씨처럼 조용히, 그러나 강렬하게 제주를 붉게 물들인다.
성산 일출봉 아래 모여 선 관광객들은 저마다 다른 꿈을 품고 있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같은 감탄을 나눈다. 카메라 셔터 소리 대신, 눈앞 풍경을 그대로 품고 싶다는 듯 숨을 고르는 모습이 더 많이 들린다.
“겨울 바다는 차갑지만, 해가 뜨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따뜻해져요.”
새벽부터 기다린 한 여행객의 말처럼, 겨울 제주 일출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감정의 장면으로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겨울 제주가 유독 아름답게 빛나는 이유를 “맑고 차가운 공기가 색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겨울 해돋이의 붉은빛은 여름보다 깊고, 가을보다 부드러우며, 봄보다 짙다. 마치 자연이 겨울이라는 화폭 위에 마지막으로 남긴 강렬한 붓질 같다.
섭지코지의 해안 절벽 위에서는 파도가 태양빛을 조각처럼 반사하며 반짝이고, 함덕과 월정리의 차가운 바닷물은 붉은 햇살을 품어 마치 불빛이 흔들리는 투명한 유리잔처럼 반짝인다.
제주도 관광공사 관계자는 “겨울 일출은 제주가 들려주는 가장 조용한 노래이자 동시에 가장 화려한 쇼”라고 말한다.
겨울의 제주에 서면, 누구라도 깨닫게 된다.
태양이 뜨는 순간,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어디선가 잊고 있던 따뜻함이 다시 깨어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