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이슈라인=장사라 기자] 네이버와 서울대학교병원이 손을 맞잡고, 한국 의료 분야에 인공지능(AI) 혁신의 물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양측의 협력은 단순한 연구 수준을 넘어 실질적 의료 현장 적용을 목표로 한 ‘의료 AI 특화’ 프로젝트로 본격 전환되고 있다.

※ 디지털 바이오 혁신의 출발점

지난 3월 21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디지털·바이오 혁신 포럼 2025’. 이 자리에는 네이버 창업자이자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인 이해진과, 서울대병원 김영태 병원장, 그리고 네이버의 최수연 대표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GIO는 이날 의료 AI에 대한 네이버의 투자는 ‘진심’이라며 “AI라는 엄청난 물결에 과감하게 올라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병원에 특화된 로봇 기술 등과 결합해 새롭게 시도하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의료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염두에 둔 거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네이버는 2023년부터 서울대병원에 3년 간 총 300 억 원을 기부해 디지털 바이오·의료 AI 연구를 지원해 왔다. 이 기부는 서울대병원이 지금까지 받아온 연구지원금 중 단일 최대 규모였다.

※ “한국형 의료 LLM” 개발, 현실이 되다

이 협력의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최근 공개된 한국어 기반 의료 거대언어모델(LLM) 이다. 서울대병원 헬스케어 AI연구원을 중심으로 개발된 이 모델은 전자의무기록(EMR), 의료영상(PACS), 디지털 병리 데이터, 유전체 정보 등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학습하여 만들어졌다.

그 결과, 단순한 증상 분석이나 문서 생성이 아니라, 국내 의료 환경과 언어, 규정과 임상 관행에 최적화된 의료 특화 AI가 탄생했다는 평가다. 병원이 보유한 대용량 데이터와 네이버의 기술력이 결합된 결과로, 한국 병원이 직면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서울대병원은 이 LLM을 영상 판독, 환자 안내 챗봇, 진료 기록 요약, 의료 문서 작성, 임상 지원 등 다양한 의료 업무에 적용할 계획이며, 향후 외부 개방도 검토 중이다.

※ “의사국가고시 96.4점”… 의료 AI가 시험을 넘보다

2025년 11월, 이 협력의 또 다른 결실이 발표됐다. 네이버와 서울대병원이 함께 개발한 의료 특화 AI ‘Kmed.ai’은 올해 치러진 의사국가고시(KMLE)에서 평균 96.4점을 받으며, 단순 정보 검색 수준이 아닌 ‘의료 지식과 판단력’을 평가하는 시험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의료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의료진의 임상 판단을 보완하고 실질적인 진단·처방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문서 작성 보조, 진단 보조, 의료 특화 에이전트 플랫폼 등 AI를 활용한 병원 내 업무 효율화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네이버 측은 “의료진, 환자, 의료기관 모두에게 안전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한국의 의료 산업과 진료 환경, 의료법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의료 소버린 AI’의 성공 사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의 새 모델

서울대병원은 올해 초 Healthcare AI 연구소를 설립하며, 의료 AI 연구와 상용화를 본격화했다. 이 연구소는 의료영상, 빅데이터, 통계 분석, 유전체, 디지털 병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AI 기반 정밀 진단과 맞춤 치료, 개인 맞춤형 의료의 기초를 다지고 있다.

네이버는 스타트업 투자 조직 D2SF를 통해 의료·바이오 스타트업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AI + 헬스케어’ 생태계 전반을 활성화하고 있다.

※ 의료 AI, 병원과 환자 모두 위한 변화의 시작

네이버와 서울대병원의 협력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한국 의료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과 서비스 혁신을 목표로 한다. 의료진은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업무에서 해방되고, 환자는 더 빠르고 정확한 진료, 편의성 높은 진료 과정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한국형 의료 LLM과 에이전트 플랫폼은 한국어 기반 의료 환경에 깊이 뿌리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AI 모델들이 영어 중심으로 설계된 것과 달리, 국내에서 직면한 언어나 의료 관행, 법제도를 모두 고려한 맞춤형 모델이라는 점에서 “한국 의료의 현실을 바꾸는 첫 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와 서울대병원이 제시한 비전은 간단하다.
“AI 기술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더 나은, 더 공평한 의료를”

이 협력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한국은 단지 의료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는 수준을 넘어, AI 기반 정밀의료와 맞춤 치료 시대로 본격 진입할 수 있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