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식 연세대학교 교육학 박사, 한국미래인재협회 이사장

정부가 ‘전 국민 AI 인재 양성’을 외치며 교육 비전을 내놓았다. 방향은 옳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과연 그 비전을 떠받칠 토대가 제대로 마련돼 있는가? 화려한 구호만으로는 AI 강국이 될 수 없다. AI의 언어는 결국 수학이기 때문이다.

AI 교육은 단순히 모두가 조금씩 아는 차원에서 끝나선 안 된다. AI 교육을 도시의 건물 층계(건물의 구조)에 비유하고 싶다. 기초층에는 모든 국민이 꼭 가져야 할 디지털 리터러시와 윤리가 자리하고, 중간층에는 각자가 속한 분야에서 AI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도메인 전문가 역량을 쌓는다. 고층에는 AI 엔지니어로서 복잡한 응용 능력과 기술 구현 능력이 있으며, 최상층 혹은 전망대에는 세계 수준 연구자가 될 만큼의 수학적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수학적 기반이 점점 허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능 개편으로 미적분Ⅱ와 기하가 사라지고, 한때 행렬 교육마저 빠졌던 사실을 기억하는가. 이공계 대학 강의실마다 “학생들이 수학 기초가 약하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도 정책은 학습 부담 완화라는 명분에 매달린다.

AI의 내부 구조를 살펴보면 수학 없이는 불가능한 요소가 분명히 드러난다. 예컨대 딥러닝은 행렬 곱과 미분의 반복이고, 머신러닝은 확률분포와 통계적 추론의 집합이다. 이 기본기를 모르는 학생이 어떻게 세계를 바꾸는 기술을 만들 수 있겠는가?

중국의 딥시크가 보여준 사례는 충격적이다. 베이징대 수학과 출신 청년이 선형대수와 이산수학적 사고로 AI 연산 방식을 최적화해 오픈AI를 성능·비용 면에서 넘어섰다. 그 청년이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다면, 과연 같은 성취가 가능했을까? 나는 솔직히 의문이다.

세계는 이미 수학을 4차 산업혁명의 심장으로 삼았다. 일본과 영국이 그러하고, 중국은 ‘기초 강화 계획’으로 수학 인재를 길러낸다. 미국은 AI 교육을 전 학년 필수 과정으로 도입했지만, 그 출발점은 언제나 수학이다. 반면 한국은 디지털 접근성은 세계 최고라 자부하면서도, 정작 활용도는 최하위권이다. 인프라는 있지만, 내용은 텅 빈 셈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모든 학생에게 고급 수학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전 국민에게는 기본적인 AI 활용과 윤리를, 관심 있는 중·고교생에게는 통계와 확률을 강화한 심화 과정을, 그리고 AI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에게는 미적분, 선형대수, 기하를 필수로 하는 별도의 학습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대학은 더 과감해야 한다. 수학적 기초가 튼튼한 소수 정예를 집중적으로 키워내는 전략 없이는, 한국은 AI 시대에 결코 선도국이 될 수 없다. 물론 학생들은 수학을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수학을 AI와 연결해 실용적이고 흥미롭게 가르치면 된다. ‘문제를 풀기 위한 수학’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도구로서의 수학’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본다. 학생들을 단순히 AI 도구의 사용자로 만족시킬 것인가, 아니면 딥시크 같은 혁신의 주역으로 키워낼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AI 시대, 진짜 경쟁력은 수학적 사고에서 시작된다. 화려한 정책 슬로건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기를 다지는 일이다. 수학을 잃는다면, 결국 우리의 미래도 잃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