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특검의 국민의힘 당원 명부 관련 압수수색 과정에서 경찰과 취재진이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몰려 있다.(사진=TV조선 뉴스)
[이슈라인=정희도 기자] 특검이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원명부를 압수해갔다. 표면적으로는 특정 종교단체와의 연계 여부를 확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정당 자율성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다.
‘진실 규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압수수색은 결국 헌법이 보장한 권리 위에 수사권이 군림하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
김건희특검, 국힘 압수수색 재시도 김건희 여사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대한 '통일교 집단 입당'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당사에 도착한 특검팀이 영장을 제시하고 있다.
압수수색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근거한다. 그러나 영장은 어디까지나 ‘필요 최소한’ 원칙이 전제된다. 수십만 명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당원명부 전체를 가져간 것은 명백히 과잉 집행에 해당한다. 정당한 범위와 목적을 넘어선 수사 행위가 과연 법치주의 원리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헌법 제8조는 정당 활동의 자유를 보장한다. 정당의 자율적 운영과 당원들의 정치적 선택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원명부가 수사기관에 넘어간 순간,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사회적 소속이 국가 권력에 의해 낱낱이 들여다보이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집행이 아니라, 정치적 자유를 위축시키는 위헌적 조치다.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당비 납부 내역 등 당원명부에는 고도의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목적 외 이용과 과도한 수집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특검이 명분 하나로 이러한 정보를 일괄적으로 가져갔다면, 이는 단순히 ‘수사 과정의 불가피성’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이 ‘수사의 편의’라는 이름으로 침해당한 셈이다.
특검은 본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생명으로 한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특정 정당을 겨냥한 ‘정치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만약 다른 정당의 명부라면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했을까? 이런 의문은 곧 특검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압수수색 결과를 정치적 공세로 확장시키고 있다. 민주당은 “특검이 압수수색한 당원 명부에서 통일교 교인으로 추정되는 당원 11만 명이 확인됐다”는 언론 보도를 근거로, 국민의힘이 정교(政敎) 분리 원칙을 위배한 위헌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헌법 8조 4항에 따라 해산 청구 대상”이라고까지 언급하며, 내란 특검 사건과 통일교 연루 의혹을 연결해 국민의힘의 정당 존립 자체를 문제 삼았다. 과거 통합진보당 해산 사례에 빗대어 국민의힘 역시 해산을 피할 수 없다는 강경 발언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법적 현실은 정치적 주장과는 다르다. 헌법과 법률상 종교인 개인은 누구나 자유의사로 정당에 가입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단순히 당원명부에 종교인 다수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위헌 정당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위헌성 판단의 핵심은 ‘자유로운 가입’인지, ‘종교단체 차원의 조직적 개입’인지에 달려 있다. 그리고 후자를 입증하려면 △동시·집단 가입 정황 △종교단체의 지시·문건 △자금 흐름 △당원들의 강제 가입 진술 등 구체적이고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심증이나 정치적 의혹만으로는 헌법재판소가 정당 해산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당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개별 당원의 권리 침해 문제다. 당원들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소, 헌법소원 청구, 행정소송 및 손해배상 청구 등의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정치적 자유 침해’는 헌법재판소가 다룰 사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사건은 단순한 압수수색이 아니라, 헌정 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수사기관이 헌법이 보장한 정치적 자유 위에 서게 된다면, 민주주의의 균형은 무너진다. 더구나 이를 정치권이 정당 해산 논리로 활용하면서,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 논란은 곧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정치적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헌법은 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해 삼권분립과 기본권 보장을 명시했다. 그러나 지금 특검의 칼끝은 국민의 개인정보와 정당 정치의 자유를 겨누고 있다.
수사의 정당성은 절차적 정의 위에서만 확보된다. ‘진실 규명’이라는 대의가 헌법 위에 설 수는 없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제는 특검의 권한 남용에 대한 엄정한 성찰과 제도적 견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