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9월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야당말살 정치탄압' 특검수사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나는 보수를 지지한다. 하지만 보수를 지지한다고 해서 과거의 잘못까지 감싸고 넘어갈 수는 없다.
대한민국의 보수정치가 남긴 성취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동시에 민주주의와 국민을 아프게 했던 그림자 역시 엄연히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이승만 정권의 발췌개헌과 4·19 혁명 당시 무력 진압은 민주주의의 뿌리를 뒤흔들었다. 박정희와 전두환 시절 군사정권은 눈부신 경제 성장과 산업화를 이끌었지만, 그 과정에서 야당 탄압과 언론 통폐합, 정경유착을 반복했다.
국민의 자유를 억눌러가며 경제를 일군 모순은 결국 보수정치가 짊어진 역사적 과제다.
윤석열 정부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공정과 법치”를 내세웠지만, 정권 초반부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겨냥한 전방위적 수사가 이어졌다. 대장동·위례 개발,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은 혐의가 분명히 존재했고, 일부는 기소와 재판으로 이어졌다.
검찰 수사가 단순히 ‘정치적 탄압’으로만 치부될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 초반부터 야당 대표와 측근들을 집중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정치보복”이라는 의심을 키웠다. 보수가 스스로 민주주의의 신뢰를 갉아먹은 셈이다.
그렇다고 보수를 단순히 과거의 잘못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산업화와 체제 수호,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척결 같은 개혁적 결단은 보수가 이뤄낸 성과다.
보수는 무너뜨리기보다는 지키고, 고쳐내면서 발전시켜온 진영이었다. 문제는 과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교훈을 삼아야만, “낡은 권위주의”라는 낙인을 벗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의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과거 보수가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자신들이 야당일 때는 “정치보복을 중단하라”고 외쳤던 세력이, 이제는 권력을 쥐자 특검과 수사, 입법 강행으로 야당을 압박하는 모습을 서슴지 않는다. 이름은 달라졌지만, 권력을 자신들의 편의에 맞게 휘두른다는 점에서 본질은 다르지 않다.
보수가 과거를 성찰하는 이유는 단순히 반성을 위해서가 아니다. 집권 세력이 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민주주의는 보복이 아니라 경쟁과 협치 위에서 자란다. 지금의 여당이 이 원칙을 망각한다면, 과거 군사정권이나 윤석열 정부가 겪었던 것과 똑같은 오명을 남길 뿐이다.
정치는 결국 구호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된다. 보수는 잘못을 고치며 지켜내려 하고 있고, 이제는 현 집권 세력이 그 교훈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재명 정부 역시 역사 앞에서 ‘보복 정치’라는 낙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