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없는 정의는 독선일 뿐이다.

[이슈라인=정희도 기자] 정치가 ‘정의’라는 이름을 붙잡는 순간, 현실은 멀어진다.

요즘 대한민국 정치의 풍경이 그렇다.

누구나 정의를 말하지만, 그 정의 속엔 국민이 없다. 정부는 책임을 말하면서도 사고가 터질 때마다 남 탓부터 한다.

국가 전산망이 멈추고, 공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권력의 중심에 앉은 사람들은 언제나 “제도 개선 중”이라는 말로 시간을 끈다.

그 사이 국민은 지쳐가고, 시스템의 허점 속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온다. 그들이 말하는 정의는 결국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패일 뿐이다.

다수당인 여당은 수적 우위를 ‘정의’로 착각한다. 국회는 협의의 공간이 아니라 힘겨루기의 장이 됐다. 법안은 대화 없이 밀어붙이고, 비판은 귀찮은 소음으로 취급된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은 사라지고, ‘다수가 곧 정의’라는 오만만 남았다. 정치의 언어가 사라진 자리에는 오직 계산과 승부만 남았다.

정치권 전체가 스스로를 ‘정의의 주인’이라 부르지만, 그들이 지켜야 할 진짜 주인은 국민이다.

누가 더 옳은지를 다투는 동안, 누가 더 힘든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정치가 현실의 고통을 외면하면, 정의는 공허한 구호로 남을 뿐이다.

정의가 국민을 외면할 때, 그것은 더 이상 정의가 아니다. 그건 권력의 언어이며, 책임을 피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이 나라의 정치가 진짜 정의를 회복하려면, 국민 앞에 다시 서야 한다.

국민 없는 정의는 결국 독선이다. 그리고 그 독선이야말로,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