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 한전 본사 사옥의 모습. (출처=부산일보)
[이슈라인=김석민 기자] 국내 한 대형 IT 기업이 차세대 AI 개발을 위해 세계적 수준의 GPU 인프라를 구축하려던 계획이 전력 공급 부족이라는 복병에 직면했다. 해당 기업은 최근 고성능 GPU 26만 장을 확보하며 글로벌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이를 가동할 전력망이 확보되지 않아 AI센터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놓였다. 이는 단순한 기업 차원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 AI 경쟁력과 직결된 사안으로, 산업계와 전문가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GPU는 확보했지만, 전력은 ‘그림의 떡’
해당 기업의 AI센터는 최신 AI 모델 훈련과 생성형 AI 서비스 운영을 위해 고성능 GPU(A100·H100 기준)를 대규모로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GPU가 가동되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전력 수요다. 전력 전문가들에 따르면, 단일 GPU가 평균 400W 이상의 전력을 소모하며, 26만 장을 가동할 경우 기본 전력만 수백 메가와트(MW), 냉각 및 운영 시스템을 포함하면 1기가와트(GW)에 육박하는 전력이 필요하다. 이는 10만 가구 이상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규모로, 소도시 하나의 전력 수요를 단독으로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국내 전력 인프라는 이러한 대규모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현재 전국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량은 전체의 10%에 달하지만, 초대형 AI센터는 이를 훨씬 초과할 것”이라며 “전력망 확충 없이 무리한 투자는 블랙아웃 위험을 키운다”고 경고했다.
전력 인프라 부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국내 기업들은 해외 데이터센터 구축을 검토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일부 기업은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직접 계약을 맺어 전력을 확보하거나, 자체 발전 설비를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일각에서는 “전력망 확충이 지연되면 AI 인프라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풍부한 전력 자원을 활용해 대규모 AI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문가 “전력 인프라 투자가 AI 경쟁력의 핵심”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진단한다. KAIST AI연구원 김모 교수는 “초거대 GPU 확보는 AI 기술 경쟁의 핵심이지만, 전력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전력망과 데이터센터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장기적인 인프라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스마트 그리드 기술 도입을 통해 전력 수급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기술 투자와 인프라 개발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해당 기업의 GPU 26만 장은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자산이지만, 전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고가의 철덩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산업계에서는 “지금이 전력 인프라 투자의 골든타임”이라며 정부와 기업의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