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내용에 맞춰 Gemini가 그려낸 삽화. (자료=이슈라인)

[이슈라인=장사라 기자] 최근 대학가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집단 커닝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며 교육계가 심각한 충격에 빠졌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확산된 비대면 수업과 온라인 시험이 학습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으나, 그 부작용이 'AI 부정행위'라는 형태로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표면적으로는 기술 발전이지만, 실제로는 학습 윤리 붕괴에 가까운 위기"라고 지적하며 대학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문제만 올리면 답이 나온다"... AI 의존 부정행위의 확산

AI 도구를 활용한 집단 커닝은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A대학교에서는 지난달 3학년 전공 시험에서 40여 명의 학생이 AI 도구를 이용해 제출 답안을 서로 공유한 사실이 밝혀졌다. 과목 담당 교수는 다수의 문항에서 동일한 문장 구조와 결과값을 확인하고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는 조직적인 부정행위로 드러났다.
B대학교 프로그래밍 수업에서도 과제의 80% 이상이 특정 AI 코드 생성기의 결과와 일치해 제재가 이뤄졌다. 일부 학생들은 “AI를 쓰지 않으면 다른 학생들과 경쟁에서 밀린다”는 이유를 들며 AI 활용의 불가피성을 주장했고, 교수들은 “AI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너무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 사립대 교수는 “제출된 과제의 70%가 AI 문체와 동일한데, 검출기로 확증하기 어려워 판단에 혼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비대면 수업이 불러온 ‘감독 공백’과 모호한 기준

이러한 집단 커닝 사태의 배경으로는 비대면 교육의 구조적 문제가 지목된다. 첫째, 감독력 부족이다. 온라인 시험은 웹캠 감독 시스템을 활용하더라도 학생이 화면 뒤에서 AI 답변을 순간적으로 확인한 뒤 답안만 적는 행위를 막기 어렵다. 둘째, 과제 중심 평가의 취약성이다. 시험 대신 비중이 늘어난 보고서나 과제마저 AI 자동 작성 도구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셋째, 대학별 ‘AI 사용 기준’ 부재가 갈등을 키우고 있다. 많은 대학이 AI 사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해, 학생들은 “이 정도는 허용되는 줄 알았다”고 주장하고 학교는 “명백한 부정행위”라며 징계를 내리는 경계 모호성이 심화되고 있다. 교수들 역시 “AI를 전면 금지하자니 현실적이지 않고, 허용하자니 학습 효과가 무너진다”는 딜레마에 빠져 교육 기준 정립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단순 ‘금지’ 아닌 ‘윤리’와 ‘새로운 평가체계’ 구축 시급

전문가들은 단순한 AI 사용 금지 조치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AI를 인정하되, 명확한 기준과 새로운 평가체계로 학습 윤리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시급한 대책은 명확한 AI 사용 가이드라인 제정이다. 과제나 시험의 성격에 따라 AI 사용 허용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고, 활용 시 반드시 출처와 사용 내용 명시를 의무화하는 등 대학 차원의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독일의 일부 대학처럼 AI 활용 능력을 훈련 대상으로 간주하고, 'AI 사용 내역서' 제출을 통해 AI 활용 역량 자체를 평가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다음으로, 대면 평가 강화가 필요하다. 필답고사, 발표평가, 실습평가 등 학생 본인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평가 방식을 늘려 AI의 개입 여지를 줄여야 한다. 호주 시드니대처럼 AI 사용이 불가능한 구두시험 등 직접 평가와 AI를 이용한 과제를 별도로 평가하는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나아가, ‘AI 흔적’을 확인하는 반플래저리즘(부정행위 탐지) 도구의 고도화와 함께 AI 리터러시 교육의 필수화가 요구된다. 단순히 텍스트 매칭을 넘어 사고 과정과 작성 로그를 분석하는 정교한 탐지 기술을 개발하고, 학생들에게 윤리적 사용과 공정성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새로운 학습 윤리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이번 AI 집단 커닝 사태를 두고 “AI 시대의 커닝은 더 이상 ‘적발’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경고하며, “우리는 지금, 학습의 의미 자체를 재정의해야 하는 새로운 교육 전환기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가운데, 대학가가 이 거대한 변화에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