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라인=장사라 기자] 가족 간 범죄를 사실상 면책해주던 형법 조항 ‘친족상도례’가 30일부로 공식 폐지됐다. 오랜 기간 유지돼 온 제도가 사라지면서, 가족이라는 이유로 범죄 책임을 덮어주던 관행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친족상도례는 직계혈족이나 동거 친족 간 절도·사기 등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제도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피해자 보호보다 가해자 면책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가정 내 재산 갈등이나 경제적 착취 사건에서 피해자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며 사회적 공분을 샀다.
폐지 논의의 결정적 계기 중 하나는 방송인 박수홍 씨 사건이었다. 박 씨는 친형 부부가 자신의 출연료와 회삿돈을 장기간 횡령했다며 법적 다툼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친족상도례 적용 여부가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박 씨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범죄가 용인돼서는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제도 개선을 촉구했고, 이는 입법 논의에 힘을 실었다.
법조계와 시민사회는 이번 결정을 두고 “피해자의 권리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형사사법 체계가 한 걸음 나아갔다”고 평가한다. 특히 가정 내에서 은폐되기 쉬운 재산범죄와 경제적 착취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족 공동체의 특수성을 고려한 보완 장치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처벌 강화에 그치지 않고, 분쟁 조정과 피해 회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형사처벌과 함께 가정 내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친족상도례 폐지로 앞으로는 가족 간 범죄라 하더라도 일반 범죄와 동일한 기준으로 사법적 판단이 이뤄진다. 박수홍 사건으로 촉발된 제도 개편이 실제 피해자 보호로 이어질 수 있을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