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라인=장사라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셋째 아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화에너지 지분 일부를 매각해 약 1조1000억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이 증여세 재원 마련과 함께 향후 사업 재편 및 계열 분리 논의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두 사람은 최근 한화에너지 지분 일부를 외부에 매각하며 대규모 현금을 확보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의 핵심 지주적 성격을 지닌 회사로, 이번 거래는 단순한 투자 회수 차원을 넘어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전략 변화로 해석되고 있다.
확보된 자금은 우선적으로 증여세 납부 재원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한화그룹은 오너 3세로의 경영 승계를 단계적으로 진행해왔으며, 이에 따른 세금 부담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각자 맡고 있는 사업 영역을 중심으로 신규 사업 확대 및 투자 여력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보험 중심의 한화생명과 유통·라이프스타일 사업을 이끄는 한화갤러리아가 각기 다른 성장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이번 현금 확보가 독립적인 사업 구상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평가다.
IB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을 계기로 형제 간 계열 분리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화에너지 지분을 일부 정리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그룹 내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나누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에너지는 그룹 지배 구조상 핵심 회사인 만큼, 오너 일가의 지분 변동은 향후 지배구조 재편과 직결된다”며 “이번 현금화는 승계 과정의 재무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화 측은 이번 지분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나 계열 분리 일정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지분 현금화라는 상징적 행보가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적지 않다는 평가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이 한화그룹의 중장기 지배구조 개편과 오너 3세 경영 구도의 윤곽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