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내용에 맞춰 Gemini가 만든 이미지. (자료=이슈라인)

[이슈라인=장사라 기자]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최근 수년간 급격히 상승하면서 제조업 전반에 걸쳐 에너지 비용 부담이 한계 수준에 도달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전력 사용 비중이 높은 제련·철강·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생산의 채산성이 빠르게 악화되자, 기업들은 신규 투자뿐 아니라 기존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까지 현실적인 선택지로 검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같은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고려아연의 미국 테네시주 제련소 건설 결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투자의 배경에는 인건비나 물류비보다도 국내와 해외 간 산업용 전기요금 격차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개별 기업의 판단을 넘어, 한국 산업 구조 전반이 직면한 전력 비용 리스크를 여실히 드러낸 장면이라는 평가다.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에너지 가격 급등, 전력시장 구조 변화, 한국전력의 재무 부담 해소 정책 등이 맞물리며 단계적으로 인상돼 왔다. 그 결과 제조업체들의 원가 구조에서 전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확대됐고, 특히 24시간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경우 전기요금 인상은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이나 인건비보다 이제는 전기요금이 투자 입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국내에서는 장기적인 비용 예측이 어려워 투자를 주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산업용 전력 단가가 낮고 장기 고정 요금 계약이 가능해 에너지 집약형 산업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여기에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의 세제 혜택과 투자 인센티브,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여건이 더해지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보다 해외 투자가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차이만으로도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비용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이는 생존 문제”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산업계 전반에서는 전기요금 부담이 지속될 경우 국내 생산시설의 단계적 축소와 산업 공동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핵심 제조시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관련 협력업체와 지역 경제에도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단순한 요금 인하보다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대한 합리적 차등 요금제, 장기 전력 계약 제도 개선, 재생에너지와 원전 기반의 안정적 전력 공급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시에 기업들이 중장기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전력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이제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과 국가 산업 기반의 존속을 가르는 구조적 문제로 떠올랐다.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 결정은 그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평가 속에, 에너지 정책과 산업 정책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