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라인=장사라 기자] 강원도 속초에 겨울 바람이 매섭게 불어도, 속초수산시장 안은 언제나 따뜻하다. 얼음장 같은 바람을 헤치고 시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먹거리 향기가 여행객의 마음마저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겨울 속초를 찾는 이들이 수산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따뜻한 온기와 구수한 맛이 한가득하기 때문이다.
시장 골목을 따라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오징어순대와 오징어 튀김이다. 갓 쪄낸 오징어순대는 반으로 갈라지는 순간, 속에 꽉 찬 당면과 채소가 김을 올리며 등장한다.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풍미는 여행객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이어서 튀김집 앞에 서면 노릇노릇한 오징어 튀김이 줄줄이 걸려 있는데, 바삭한 튀김 껍질 아래 촉촉한 오징어살이 겨울 시장의 클래식 인기 메뉴로 꼽힌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속초에 오면 꼭 먹어야 할 별미”라며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다.
시장 한복판에서는 기분 좋은 달콤함이 풍긴다. 바로 속초 명물 찹쌀도너스다. 기름 위에서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도너스를 하나 베어 물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찹쌀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따뜻한 도너스를 손에 들고 먹는 감성은 속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특히 가족 단위 여행객들은 아이들과 함께 도너스를 나눠 먹으며 시장의 정겨운 분위기를 즐긴다.
옆 골목으로 이동하면 막걸리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지역에서 직접 빚은 막걸리 술빵이 여행객의 눈길을 끈다.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에 은근한 단맛과 발효 향이 더해져 시장만의 소박한 맛을 느끼게 한다. 어르신들은 “옛날 맛이 난다”며 반가운 미소를 짓고, 젊은 여행객들도 ‘레트로 감성 간식’으로 즐기는 분위기다. 시장 상인들은 “술빵은 겨울철에 특히 잘 팔린다”며 손님들과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역시 속초 닭강정이다. 시장을 지나며 달콤·매콤 소스 향이 끊임없이 코끝을 자극한다. 방금 튀겨낸 닭강정은 바삭함이 살아있고, 진한 양념이 속까지 스며들어 있어 한 박스 사면 여행 내내 손이 갈 정도다. 시장 밖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닭강정을 한 조각 집어 먹는 맛은 속초 겨울 여행의 또 다른 낭만이다. 여행객들은 “속초 닭강정은 전국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특별한 풍미”라며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속초수산시장은 겨울 추위조차 잊게 하는 따뜻한 온기와 정이 살아있는 거리다. 상인들의 활기찬 목소리, 손님들과 주고받는 웃음소리, 그리고 시장을 가득 채운 향긋한 음식 냄새가 어우러져 겨울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여행객들은 “차갑게 얼어붙은 손도, 지친 마음도 시장에 오면 녹아내린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계절, 속초수산시장에서 느긋하게 먹거리 여행을 즐기다 보면 겨울이 이렇게 구수하고 따뜻한 계절이었나 싶다. 올겨울, 속초의 맛과 정(情)을 느끼는 작은 미식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시장을 거닐며 한 손에는 도너스, 다른 손에는 닭강정을 들고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 속초의 겨울은 더 이상 차갑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추억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