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딜리버리’ 로봇. (사진=현대자동차)


[이슈라인=김석민 기자] 현대차와 기아가 온디바이스(On-Device) AI 기반 로봇 전용 칩 개발에 착수하며 로봇 사업 전략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두 회사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축적한 반도체·센서 기술을 로봇 영역으로 확장해, 로봇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칩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이번에 개발되는 칩은 로봇이 외부 서버나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즉시 연산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는 것이 특징이다. 로봇 내부에서 영상·음성·동작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해 장애물을 피하고, 주변 환경을 이해하며, 사람의 제스처나 음성을 즉각 인식할 수 있다.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실시간 자율 판단 능력을 갖춘 ‘지능형 로봇’으로 진화시키는 핵심 기술이다. 이는 로봇이 단순한 기계가 아닌, 인간과 협업할 수 있는 동반자로 발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로봇 분야의 기반을 마련해왔다. 공장 자동화, 물류 로봇, 서비스 로봇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술력을 축적한 가운데, 이번 전용 칩 개발은 로봇 개발의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업계에서는 “로봇 전용 칩 개발은 제조기술뿐 아니라 로봇 운영체제(OS)와 전체 생태계를 직접 구축하겠다는 선언”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기아가 내놓은 온디바이스 AI 로봇 칩이 완성되면 물류센터·병원·가정·공장에서 활용되는 로봇의 반응 속도와 안정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한다. 로봇이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즉각 대응하는 수준이 가능해져, 인간과 함께 일하는 협업 로봇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돌봄 로봇, 제조업에서는 스마트팩토리 자동화 로봇, 가정에서는 생활 지원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테슬라가 ‘옵티머스’를 공개하며 로봇 시장 진입을 선언했고, 구글과 아마존도 로봇 AI 개발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현대차·기아의 독자 칩 개발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전략적 판단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전용 칩은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로봇 생태계의 핵심을 장악하는 기술”이라며 “현대차·기아가 독자 칩을 확보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2027년 전후로 이 칩을 실제 로봇 플랫폼에 적용하고, 이후 자율주행차·드론·스마트팩토리 시스템으로 확장해 로봇·자동차·AI가 연결되는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는 단순히 로봇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자동차와 로봇, 그리고 인공지능을 하나의 통합된 산업 구조로 묶어내려는 전략적 비전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보가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세대 산업 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