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교 (모든에듀케이션 대표, 입시전문가)

[이슈라인=김석민 기자] 오늘, 당신은 끝까지 해냈습니다. 수능 시험장을 나오는 그 순간까지, 당신의 시간표와 감정, 몸과 마음을 흔들림 없이 붙잡아 온 그 끈기 자체가 이미 큰 결과입니다.
24년간 입시 현장에서 수많은 수험생을 지켜보며 확신하게 된 진실이 있습니다. "성적은 누적의 총합으로 만들어진다." 오늘이 바로 그 누적의 총합이 모인 날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덧붙이고 싶습니다. "결과는 한 줄, 과정은 한 권이다." 성적표는 한 줄로 당신을 설명하려 하겠지만, 지난 3년의 과정은 한 권짜리 이야기입니다. 그 한 권의 두께와 온도는 누구도 빼앗을 수 없습니다.

1. 오늘을 통과한 당신에게 드리는 첫 번째 응원
시험을 잘 본 친구도, 기대만큼 못 본 친구도 있을 겁니다. 어떤 이는 마지막 문제까지 완벽하게 풀었다고 느낄 것이고, 어떤 이는 아쉬운 순간들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모든 수험생은 "끝까지 해낸 사람"이라는 점에서 똑같이 박수 받아야 합니다.
저는 현장에서 늘 봅니다. 끝까지 완주한 학생의 눈빛은 다릅니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문제지를 붙잡고, 답안지를 채워나간 그 경험은 단순한 시험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오늘의 당신은 포기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앞으로의 길에서 당신은 이미 유리합니다. 대학에서도, 사회에서도, 인생의 어떤 순간에서도 끝까지 완주하는 능력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2. 지금부터 한 달.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지, '희망 학과' 찾기가 전략이다
많은 학생이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지 멈춰 서 있습니다. "점수도 모르는데 뭘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며 방 안에서 막연히 불안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제 24년 경험으로는 이 한 달이 진로와 정시 전략의 절반 이상을 좌우합니다. 성적표를 기다리는 동안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지원 희망 학과의 탐색 → 대학별 반영 방법 확인 → 나에게 유리한 조합 찾기“
왜 지금 움직여야 하는가
성적표가 나오고 나면 정시 원서 접수까지 3주라는 시간밖에 남지 않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대학과 학과를 고르고, 반영 비율을 계산하고, 전략을 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지금 이 한 달이 유일한 준비 기간입니다. 점수가 나오기 전에 미리 준비해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합격 결과는 극명하게 갈립니다.
"목표는 바꾸지 말고, 방법을 바꾸자."
수능 점수가 목표했던 것과 조금 다르게 나와도 목표를 함부로 바꾸지 마세요. 대신 지원 방법, 점수 반영 방식, 표준점수/백분위/가산점 구조, 탐구 선택 조합을 바꾸어 유리한 길을 찾아야 합니다.
같은 점수라도 대학별 반영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어떤 대학은 수학 비중이 높고, 어떤 대학은 탐구 가산점이 큽니다. 이 차이를 아는 것이 바로 정시 지원 전략입니다.
대학 캠퍼스에 가 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저는 늘 이렇게 권합니다. ”지원을 희망하는 대학 5곳을 직접 가 보세요.“
걸어보고, 학생 식당에서 밥을 먹어보고, 도서관을 둘러보고, 동아리 게시판과 학과 공지판을 읽어보세요. 인스타에서 보는 사진과 실제로 발로 걸으며 느끼는 공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 과정에서 생각해보는 겁니다.
① 내가 꿈꾸는 대학교가 정말 '나에게 맞는가'?
통학 동선은 어떤가요? 집에서 학교까지 2시간이 걸린다면, 4년 동안 매일 그 시간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캠퍼스가 너무 크거나 작지는 않나요? 학교 분위기가 내 성격과 맞아떨어지나요? 어떤 학생은 활기찬 대형 캠퍼스에서 에너지를 얻지만, 어떤 학생은 조용하고 아담한 캠퍼스에서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이런 것들은 사진으로는 절대 알 수 없습니다.
② 더 좋은 대안이 없는가?
같은 계열이라도 학과 세부 트랙, 융합전공, 산학협력, 교환학생 파이프라인은 대학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예를 들어 '경영학과'라는 학과명은 같아도, A대학은 글로벌 경영 트랙이 강하고, B대학은 스타트업 창업 지원이 활성화되어 있고, C대학은 회계·금융 실무 중심입니다.
발로 뛰면 표면적 네임밸류보다 실질의 차이가 보입니다. 학과 게시판에 붙어 있는 공지사항, 대학생들의 대화, 교수님들의 연구 분야를 직접 보면 그 학과의 진짜 모습이 드러납니다.
이렇게 찾아가는 한 달은 "이미지 속 대학"이 아니라 "내 삶 속 대학"을 고르는 시간 될겁니다
'대학어디가'로 시작하는 정시 지원 3단계 루틴
정시는 정보의 게임입니다. 정확한 데이터를 가진 사람이 유리합니다.
대학어디가(공식 입시정보 포털)에서 최근 3개년 입결 데이터를 확인하며 다음 순서로 진행해 보세요.
1단계: 최근 3개년 입결 수집
지원 희망 대학/학과의 등록자 평균·최저, 표준점수/백분위 기준, 가산·감산 요소를 정리합니다.
가능하면 동일·유사 계열 5개 이상을 넓게 담아 "지형도"를 만듭니다. 내가 지원할 학과뿐 아니라 비슷한 수준의 학과들을 함께 보면, 어느 대학이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지, 어느 대학이 내 점수 구조에 유리한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2단계: 내 가채점 점수 구조화
과목별 원점수뿐 아니라 표준점수/백분위, 영역별 반영비율을 표로 옮깁니다.
특히 탐구는 선택 과목 조합에 따른 가산/변환표준점수를 반영해 두 가지 버전 이상 계산해 봅니다. 같은 원점수라도 선택 과목에 따라 표준점수가 달라지고, 이것이 최종 합격선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3단계: 대학별 환산점수로 재계산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같은 점수라도 대학마다 반영비·가산 방식이 달라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이때 정시지원 사이트를 활용해 자동으로 점수를 계산하고, 다양한 학교와 학과 조합을 확인해가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점수의 조합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같은 점수, 다른 대학"이 힘을 발휘합니다. 조합을 바꾸면 대학이 달라집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같은 점수로 A대학에서는 불합격권이던 학생이 B대학에서는 안정권이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지원하면 낭패를 보고, 알고 지원하면 기회를 잡습니다.

3. 재도전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드리는 말
올해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습니다. 가채점을 해보니 목표했던 점수에 한참 못 미치는 것 같아 마음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 마음, 너무 잘 압니다. 24년간 수없이 그런 학생들을 만났고, 그들의 눈물과 좌절을 함께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정시 지원 과정을 반드시 끝까지 완주해보라고 권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노력의 끝맺음을 경험해야 다음 도전이 단단해진다.
원서 접수는 단지 선택이 아니라 "과정의 마침표"입니다.
지난 3년간의 노력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으면, 그 노력은 공중에 뜬 채로 남습니다. 끝까지 완주하는 경험 자체가 다음 도전의 밑거름이 됩니다. 재수를 결심했더라도 올해 정시를 포기하지 마세요.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끝까지 해냈다는 경험이 내년의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듭니다.
둘째, "나에게 유리한 판의 규칙"을 몸으로 익히게 된다.
정시를 통해 반영비·가산·탐구 변환점수 등을 실제로 돌려본 학생은 다음 해 전략에서 빠르게 재정렬합니다.
"아, 내 점수 구조는 이런 대학에 유리하구나"
"이 학과는 경쟁률이 높지만 실제 합격선은 생각보다 낮네"
"탐구 과목 조합을 이렇게 바꾸면 더 유리하겠구나"
이런 깨달음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절대 얻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제 어록을 다시 소환합니다. "목표는 바꾸지 말고, 방법을 바꾸자."
재수를 선택하더라도 목표를 내려놓지 말고 학습법·생활 루틴·과목 선택·시험운영 전략을 바꾸어야 합니다. 올해 정시 지원은 그 변화를 설계하는 실전 과정입니다.

4. 마지막으로, 당신의 다음 페이지를 위하여
오늘을 끝으로 누적의 총합은 한 번 매듭지어집니다. 그러나 당신의 성장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시험이 끝난 뒤에 진짜 공부가 시작되는 경우를 저는 수없이 보았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후,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 몰입하는 학생들. 수능 점수와 관계없이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학생들. 그들의 공통점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캠퍼스의 공기, 도서관의 냄새, 학과 게시판의 글씨들.. 온전히 눈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당신의 삶과 맞닿는 대학을 고르는 경험을 하세요.
그 선택은 성적표 한 줄이 아니라, 당신의 한 권짜리 이야기를 이어갈 다음 장을 여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제 말을 빌려, 오늘의 당신에게 전합니다.
"같은 점수라도 다른 대학에 갈 수 있고, 같은 대학이라도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다."
선택의 품질은 정보에서, 실행의 힘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당신은 끝까지 해낸 사람입니다. 이제 남은 한 달, 발로 확인하고, 표로 계산하며 당신의 길을 정교하게 완성하세요.
끝까지 당신을 응원합니다.

오대교는 24년간 입시 컨설팅 분야에서 활동해온 전문가로, 수많은 수험생의 정시 전략을 함께 설계해왔다. "목표는 바꾸지 말고, 방법을 바꾸자"는 그의 철학은 많은 수험생에게 희망과 방향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