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라인=김석민 기자] 생성형 AI의 확산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수요가 GPU와 고성능 메모리를 한없이 빨아들이면서, 일부 기업은 특수를 누리는 반면 다른 기업들은 공급난과 투자 압박에 직면해 극명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AI 블랙홀’ 현상이라 부르며, 반도체 산업의 판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AI 서버의 핵심 동력인 GPU는 여전히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 엔비디아 제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가 매달 늘어나고 있지만, 파운드리 생산능력과 패키징(COWOS) 공정의 한계로 인해 제조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기업들은 AI 프로젝트 일정을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으며, 업계는 올해 내내 GPU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메모리 시장은 AI 특수를 맞고 있다. 학습과 추론 과정에 필수적인 HBM과 DDR5 등 고성능 메모리 주문이 폭증하면서 D램 가격은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3E 공급을 확대하고 차세대 HBM4 개발 경쟁에서 앞서가며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했다. 업계에서는 “AI가 메모리 시장의 구조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기존 PC·모바일 중심에서 AI 서버 중심으로 시장 축이 급격히 이동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웃고 있는 것은 아니다. GPU와 메모리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장비·부품 공급 업체들은 생산라인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GPU 확보에 실패한 중소 AI 스타트업은 훈련 효율이 떨어지고 운영비가 급등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으며, 일부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은 전력과 냉각 인프라 증설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AI 서버 도입을 서두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AI가 반도체 시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고 표현하며, GPU 부족은 단기적 리스크에 불과하지만 AI용 메모리 중심의 구조적 성장세는 앞으로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동시에 AI 투자 확대가 글로벌 기술 생태계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비용과 인프라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산업 구조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