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라인=장사라 기자] 요시다 히로시(1876~1950, 吉田 博)는 20세기 일본 목판화의 거장으로, 일본 근현대 판화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4대에 걸쳐 여덟 명의 목판화 예술가를 배출한 요시다 가문에 양자로 들어가 딸과 결혼하며 가문의 예술적 전통을 잇는 동시에 자신만의 독창적 세계를 개척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여행과 관찰에서 비롯된 풍부한 소재로 특징지어진다. 인도, 미국, 유럽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수집한 풍경과 인물, 그리고 그곳에서 체험한 빛과 색의 인상을 일본 전통 목판화인 우키요에(浮世繪) 스타일로 재창조했다.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전통 판화의 섬세함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해 시각적 감각과 정서적 울림을 동시에 담아냈다는 평가다.

요시다 히로시의 작품은 섬세한 선과 선명한 색채, 빛과 공기감의 표현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나무판 위에 새겨진 선들은 공간의 깊이와 질감을 전달하고, 겹겹이 쌓인 색채는 은은한 명암과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의 목판화는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시간과 장소의 정서적 기록으로, 관람자에게 몰입감을 선사한다.

또한 그는 일상과 역사적 풍경을 함께 담아냈다. 90여 년 전 서울 창경궁, 평양 대동문과 대동강 강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의 모습은 당시 도시와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포착한 작품으로, 단순한 여행 기록을 넘어 사회·문화적 맥락을 담은 역사적 아카이브로서 가치가 크다.

요시다 히로시의 목판화는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감성적 울림과 서정성을 담아낸 예술로 평가된다. 그는 풍경을 단순히 재현한 것이 아니라, 관찰과 체험, 감정의 결을 담아낸 ‘감성적 풍경화’를 창조했다.

결국 그의 작품은 일본 목판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세계적 시각을 일본적 감수성으로 재해석한 예술적 성취라 할 수 있다. 요시다 히로시의 목판화를 들여다볼 때, 섬세한 선과 색채, 빛의 울림 속에서 100여 년 전 일본과 아시아, 그리고 그가 여행했던 세계의 공기와 정서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