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라인=김석민 기자] 국내 도로 교통 관리에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투입된다. 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AI 기반 무인단속 시스템이 이달부터 수도권 주요 도로와 지방 거점 지역에서 시범운행을 시작하며, 사람이 아닌 AI가 교통위반을 자동으로 판별하는 새로운 교통안전 체계가 실험 단계에 들어갔다.

이번 시범사업은 기존의 고정식 카메라가 속도나 신호위반 정도만 감지하던 한계를 넘어, AI가 다양한 영상 정보를 분석해 위험 운전 습관과 복합 위반까지 판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장 관계자는 “AI는 단순 촬영을 넘어 상황을 이해한다”며 “사람이 놓치기 쉬운 위반까지 자동 탐지하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시스템은 차량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끼어들기·칼치기 등 난폭운전 패턴,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중앙선 침범과 차선 위반, 신호위반과 제한속도 초과, 갓길 불법 주행과 버스전용차로 위반까지 식별할 수 있다. 특히 과거 단속이 어려웠던 연속적 위험 행동을 AI가 추적할 수 있어 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은 운전자를 조기에 식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교통 단속의 현실적 어려움 중 하나는 경찰 인력 부족과 현장 접근 제한이다. AI 시스템은 24시간 영상 분석이 가능해 기존 대비 약 4배 이상 교통 위반 탐지 효율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경찰관이 현장에서 직접 단속하기 어려운 시간대나 위험 구간에서 AI가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범운행 단계에서는 AI가 탐지한 위반 건이 곧바로 과태료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최종 판단은 반드시 사람이 검증하는 2단 구조로 운용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AI의 오탐지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사건은 담당 경찰관이 1차 검증을 거친다”며 “국민 신뢰 확보를 위해 투명한 알고리즘 관리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AI 무인단속이 정착되면 보행자 사고 감소,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 강화, 난폭운전 근절, 교통 흐름 개선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범운행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내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전국 확대도 검토할 계획이다.

교통정책 전문가들은 “AI 단속은 감시가 목적이 아니라 사고 예방이 핵심”이라며 “운전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위험 운전은 잡힌다는 인식을 가지면 전체 교통문화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와 알고리즘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계속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I가 교통위반을 찾아내는 시대, 이제 한국 도로는 사람의 눈뿐 아니라 AI의 눈으로도 더 안전해질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