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라인=김석민 기자] 정부가 내년 3월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지방정부 근로감독관의 신규 채용 구조를 대폭 개편한다. 핵심은 신규 근로감독관의 절반을 고용노동직류로 선발하는 것이다. 근로감독 권한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는 구조 변화 속에서 노동 전문성을 사전에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제도를 감당해야 할 공시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근로감독은 이미 가장 힘든 현장 중심 직렬로 꼽히며 기피도가 높은데다, 지방 이양 과정에서 업무 강도는 더 세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 시행은 지방정부에게 새로운 책임을 부여한다. 노동권 보호 의무가 지방정부로 이동하면서 임금체불 조사, 산업재해 점검, 노동시간 단속, 노사 분쟁의 1차 현장 대응까지 모두 지방 근로감독 체계로 재구성된다. 전문 인력 없이는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절반을 노동직으로 선발하겠다는 과감한 조정을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공시생들이 노동직을 기피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근로감독 업무는 흔히 ‘3중 부담 직렬’로 불린다. 공장·건설현장·물류센터 등 안전 취약 현장을 계속 방문해야 하는 고강도 업무, 사업주와의 대립으로 인한 감정노동과 법적 책임 부담, 그리고 지방 이양 후 폭증할 업무량에 대한 불안감이 그것이다. 실제로 공시 커뮤니티에서는 “노동직은 하드코어 직렬”, “지방 이양 이후 업무 폭탄”이라는 말이 이미 떠돌고 있다.
정부가 절반 노동직 채용을 추진하는 이유는 실무적 필요 때문이다. 현장에서 노동법을 어떻게 적용할지, 임금체불 구조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산재 조사 프로토콜은 무엇인지 등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근로감독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전문성 강화와 달리 직업 매력도는 전혀 올라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로서는 공시생을 설득할 유인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근로감독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진급·승진 가점 부여, 현장 안전 강화 인력 분리 배치, 분쟁조정 전담팀 신설, 업무 가이드라인 통일화, 채용 단계 노동법 교육·훈련 체계 정비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노동직을 더 뽑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일할 만한 구조를 먼저 만들겠다는 신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동 현장은 늘 경제의 최전선이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사고, 갈등, 불법은 곧바로 지역 기업 생태계로 연결된다. 따라서 지방정부가 노동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필연이다. 그러나 전문성 확보는 채용 방식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근로감독관이라는 직업 자체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며 전문성을 인정받고 적절한 보상이 따르는 직업으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실효성이 생긴다.
노란봉투법 시행은 지방정부 노동행정의 새 시대를 연다. 하지만 인력은 단순히 채용 숫자가 아니라 직업의 지속 가능성이 좌우한다. 노동직 선발 비율 확대가 성공하려면 근로감독관이 일할 수 있는 구조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