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롱가 동물원(Taronga Zoo Sydney)에서 새 쇼(Bird Show)를 하고 있다. (사진=이슈라인)

[이슈라인=김석민 기자] 시드니 하버를 가로지르는 페리를 타고 북쪽 해안에 닿으면, 도시의 스카이라인 뒤로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마주한 언덕 위,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원 타롱가(Taronga) ZOO다. 관광객에게는 ‘전망 좋은 동물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속에는 100년이 넘는 역사와 호주 자연보호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다.

‘타롱가(Taronga)’라는 이름은 시드니 지역 원주민 언어에서 유래했다. ‘아름다운 전망’ 혹은 ‘바다 위의 경관’을 뜻하는 말로 전해진다. 실제로 동물원 곳곳에서 내려다보는 시드니 하버의 풍경은 이 이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증명한다.

타롱가 동물원은 1916년 공식 개장했다. 이전까지의 동물원이 철창 속 전시에 머물렀다면, 타롱가는 초기부터 자연 서식지를 최대한 재현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개념이었다. 철창을 최소화하고, 지형의 높낮이를 활용한 전시 방식은 훗날 ‘오픈형 동물원’의 모델로 평가받는다.

타롱가 동물원(Taronga Zoo Sydney)의 코알라와 캥거루. (사진=이슈라인)


타롱가의 주인공은 단연 코알라와 캥거루다. 특히 타롱가는 호주 전역에서 구조된 야생동물을 보호·치료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산불과 기후변화로 위협받는 토종 동물들을 위한 보전 연구의 거점이기도 하다. 이곳의 동물들은 ‘구경거리’라기보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상징하는 존재다.

타롱가를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야기는 체험형 프로그램 ‘로어 앤 스노어(Roar and Snore)’다. 관람객이 동물원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사육사의 설명과 함께 밤의 야생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해 질 녘 하버 위로 번지는 노을과, 밤에 들려오는 사자의 울음은 이곳에서만 가능한 장면이다.

오늘날 타롱가 동물원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환경 교육과 생물다양성 보존의 현장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이 이곳을 떠날 때, 동물의 이름 하나보다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 하나를 더 가져가길 바란다”는 한 사육사의 말은 타롱가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타롱가 동물원에서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를 바라본 풍경. (사진=이슈라인)


시드니 타롱가 동물원은 ‘동물이 있는 전망대’가 아니라,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를 되묻는 공간’이다. 페리로 시작해 언덕을 오르며 만나는 이 동물원은, 시드니 여행에서 가장 호주다운 하루를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