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식 박사


[이슈라인=김석민 기자] 지방 중·고등학교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 학교 통폐합,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지방 교육은 늘 ‘문제’로만 거론돼 왔다. 그러나 문제는 오래됐지만 해법은 여전히 제자리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지방 교육은 구조적으로 경쟁이 불가능한가.

지방 학교가 직면한 현실은 분명하다. 교사의 역량 격차, 보충학습의 부족, 열악한 학원 인프라, 학부모의 낮은 정보 접근성, 입시 정보의 빈곤. 반면 대도시는 어떠한가. 방과후 수십, 수백 개의 학원 중 선택이 가능하고, 학생 간 경쟁은 일상이며, 학부모의 정보력과 개입은 때로 과잉이라 할 만큼 치열하다. 출발선부터가 다르다.

지방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교육환경의 획기적 개선, 학생 스스로의 학습 의지, 그리고 건강한 경쟁 구조다. 문제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지방 교육 현장에서는 동시에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특히 학원 교육의 공백은 치명적이다. 학원 인프라가 거의 없는 지방 학교는 오직 학교 수업만으로 대도시의 ‘학교+학원’ 이중 구조와 경쟁해야 한다. 이는 냉정하게 말해 구조적으로 불리한 싸움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 있다. 해법은 분명하다. 지방자치단체·교육청·학교가 삼위일체가 되는 것, 그리고 그 토대 위에서 교육 시스템 자체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은 이제 단순한 ‘행정 관리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교육을 미래 산업이자 지역 생존 전략으로 인식하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교육 투자자’로 역할을 전환해야 한다. 재정 투입 없는 지방 교육 회생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학교 역시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분명한 특성화 전략을 가져야 한다. 모두가 같은 것을 잘할 필요는 없다. 한 가지라도 최고가 되면 된다.

지방에는 이미 활용 가능한 자산이 많다. 청소년수련관, 평생학습관, 문화센터 등 다양한 공공시설이 곳곳에 존재한다. 여기에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된다. 오늘날 국내외 대학 도서관을 가보면, 이곳이 도서관인지 학습 카페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최고의 학습 환경을 갖추고 있다. 공간은 곧 학습의 질이며, 학습의 지속성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학교 수업 이후를 책임질 ‘AI 기반 방과후 학습 센터’의 구축이 절실하다. 정규 수업만으로는 결코 메울 수 없는 격차를 방과후 학습이 채워야 하고, 그 방과후 학습은 더 이상 과거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AI 시대에 맞는 학습 센터는 단순한 자율학습 공간이 아니라, 맞춤형 학습·수준별 콘텐츠·학습 데이터 분석이 결합된 새로운 교육 플랫폼이어야 한다.

이러한 센터에서는 다수의 강사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극소수의 최고 수준 강사가 콘텐츠를 설계하고, AI와 온라인 플랫폼이 이를 확산·개인화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미 대도시 학원가는 이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AI는 학생 개개인의 약점을 분석하고, 학습 속도와 이해도를 반영해 문제를 제시하며, 교사는 코치와 멘토의 역할에 집중하는 구조다.

교육 격차는 강사의 숫자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시스템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지방에서도 충분히 설계 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가 학습 센터라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교육청과 학교가 적극적으로 연계하며, 교육 정책이 이를 뒷받침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여기에 지역 대학, 공공기관, 민간 교육기업까지 유기적으로 결합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학교 소멸, 지방 소멸은 숙명이 아니다. ‘지방 명품 학교’와 이를 뒷받침하는 ‘AI 방과후 학습 센터’가 만들어진다면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AI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결단이다.

이제는 말로만 ‘교육도시’, ‘지방교육 살리기’를 외칠 때가 아니다. 결단과 실행의 시간이다.
AI 시대, 지방 중·고등학교의 회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리고 그 해답은 이미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김평식
연세대학교 교육학 박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총동문회장
사)한국미래인재협회 이사장
제2대 환경체육청소년연맹 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