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이 있는 정부대전청사 전경.

[이슈라인=김석민 기자]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영향평가 적용 범위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수도권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규제 범위와 행정 권한이 과도해질 경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 공급과 도시 정비 사업에 상당한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17일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을 18일부터 내년 27일까지 재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세계유산 주변에서 이뤄지는 개발 행위 전반에 대해 영향평가를 폭넓게 적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적용 대상과 범위가 명확히 한정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무한대 규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와 지자체에서는 세계유산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지역까지 평가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행정 절차 지연과 사업 불확실성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이는 곧 지역 주택 공급 차질과 건설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택 공급 압박이 큰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영향평가 단계에서 장기간 발이 묶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세계유산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준이 모호하면 정상적인 도시 정비 사업까지 위축돼 지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유산청 측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관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별 사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되지 않도록 세부 운영 기준을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세계유산 보존과 도시 개발 간 균형이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보호 필요성이 인정되는 구역과 일반 개발 지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영향평가 권한의 범위와 절차를 구체화하지 않으면 정책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재입법 예고 기간 동안 어떤 보완책이 마련될지에 따라 세계유산 보호 정책이 지역경제에 부담을 주는 규제로 남을지, 아니면 ‘보존과 공존’의 방향으로 자리 잡을지가 관건이다. 수도권 주택 공급과 건설 경기, 나아가 지역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에 업계와 지자체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