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내용에 맞춰 Grok이 만든 이미지. (자료=이슈라인)


[이슈라인=김석민 기자]

국내 주요 대학들이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와 교육 체계를 전면 재설계하며 ‘AI 캠퍼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AI 관련 학과를 확장하는 수준을 넘어, 대학 운영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대학가의 AI 연구 경쟁도 한층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KAIST는 최근 AI 분야를 독립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AI 단과대학 신설을 예고하고, 학부·대학원 교육과 연구를 포괄하는 체계 구축에 나섰다. 기존 전산학부나 인공지능대학원을 넘어 산업 수요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구상이다. KAIST는 반도체, 로봇, 바이오, 에너지 등 주력 연구 분야에 AI를 결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학교도 AI를 차세대 핵심 성장 동력으로 규정하고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는 AI대학원을 중심으로 복수의 AI 전문 연구기관을 동시에 운영하며, 기초 연구부터 응용·산업 연계 연구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연구 생태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인문·사회·의학·공학 등 다양한 분야와 AI를 접목한 융합 연구를 강화해, 기술 중심을 넘어 사회 문제 해결형 AI 연구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대학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주요 사립대학들도 AI 관련 학과 신설과 정원 확대, AI 전공 트랙 도입을 잇따라 추진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일부 대학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AI 기초 교육을 의무화하고, 코딩과 데이터 분석, AI 윤리 과목을 교양 과정에 포함시키는 등 교육 과정 전반을 재편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학들이 ‘AI 캠퍼스’ 전환에 나서는 배경에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확산으로 산업 전반에서 AI 인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존 전공 중심 교육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AI 연구 역량이 곧 글로벌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전략적 투자와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산학협력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주요 대학들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 및 국내 대기업과 협력해 공동 연구센터를 설립하거나, 실무 중심의 프로젝트형 교육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현장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재학 중 실제 산업 현장을 경험하고, 기업은 우수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학들의 AI 중심 재편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진단한다. AI 기술이 학문과 산업의 경계를 빠르게 허무는 상황에서, 대학 역시 학과 간 장벽을 낮추고 융합형 연구·교육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AI는 특정 전공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 전체의 생존 전략”이라며 “얼마나 빠르고 체계적으로 AI 캠퍼스로 전환하느냐가 대학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학들이 앞다퉈 AI 연구·교육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걸면서 ‘AI 캠퍼스’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이 경쟁이 단순한 외형 확장에 그칠지, 아니면 세계적 수준의 AI 인재와 기술을 배출하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