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내용에 맞춰 Copilot이 만든 이미지. (자료=이슈라인)
[이슈라인=김석민 기자] 국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며 외환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거래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일평균 거래 규모가 시중은행의 하루 평균 현물 외화 거래 금액의 약 1%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외환 수요를 흡수하는 새로운 통로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특히 올해 들어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자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일부 법인과 자영업자들까지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접근성과 유동성이 뛰어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달러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며, 최근 1년 새 거래량이 두 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글로벌 결제, 해외 주식·코인 투자, 자산 대기 수단 등 다양한 활용처가 늘어난 결과다. 은행을 통한 외화 환전이나 송금보다 절차가 간편하고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도 수요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환율 변동기마다 안전판 역할을 하며 수요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거래 규모가 아직 은행 외환 거래에 비해 제한적이지만, 증가 속도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 외환 전문가는 “하루 평균 외화 현물 거래의 1% 수준이라는 수치는 절대 규모보다 상징성이 크다”며 “가상자산이 실질적인 외환 대체 수단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에 연동돼 있지만 발행 구조와 준비금의 투명성, 해외 발행사의 리스크에 따라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또한 외환 거래와 달리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대규모 자금 이동이 발생할 경우 금융시장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외환시장과 자본 이동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향후 제도권 금융과의 연계 여부와 이용자 보호 장치 마련을 검토 중이다. 특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논의와 맞물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역할과 규제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와 글로벌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가상자산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외환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제도권 금융과의 공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원화 가치 하락이 촉발한 달러 스테이블코인 거래 급증은 디지털 자산이 기존 금융 시스템에 어떤 방식으로 편입될지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향후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