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슈라인=장사라 기자] 지난 11일 정부는 내년 ‘한국형 국부펀드’를 공식 출범하기로 하고 국가 자산을 전략적으로 운용하는 새로운 경제 전략에 나섰다. 싱가포르 테마섹(Temasek)과 호주 퓨처펀드(Future Fund)를 모델로 삼아 장기 투자 역량을 강화하고, 미래세대의 부(富)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 자산을 단순 보유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한국형 국부펀드를 통해 국부를 체계적으로 증식해 미래세대에 안정적으로 이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가 자산 운용 구조가 ‘관리’ 중심에서 ‘투자·증식’ 중심으로 전환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부펀드 시대, 한국도 이제 시작”
전문가들은 한국형 국부펀드 설립이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라고 평가한다. 싱가포르 테마섹은 1974년 설립 이후 글로벌 기업에 장기 투자해 연평균 14% 수준의 성과를 거두었고, 호주 퓨처펀드는 국가 연금 부담을 완화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4대 연기금이 존재하지만 국가 차원의 통합적 투자 전략은 부재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 단위 자산을 한 곳에 모아 장기적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독립적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펀드 규모와 재원
정부는 초기 펀드 재원을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일부, 공공기관 여유자금, 정부 특별회계·기금 일부에서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출범 시점에는 ‘수십조 원 규모’로 시작하되, 장기적으로는 100조 원 이상으로 확대해 글로벌 투자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투자 분야는 AI·반도체 등 국가 전략기술, 해외 우량 인프라, 글로벌 혁신기업,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 성장 산업에 집중해 수익성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한다.
정치적 독립성이 성패 좌우
국부펀드의 성공 여부는 정치적 독립성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르웨이와 싱가포르의 사례처럼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고 전문 투자인력이 자율적으로 운용 전략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이사회 중심의 독립 운영, 전문 CIO(최고투자책임자) 선임, 정권 교체와 무관한 장기 의사결정 구조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계 “한국 경제 체질 바꾸는 전환점”
재계와 금융업계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 대형 금융사 관계자는 “한국도 드디어 미래 먹거리를 위한 자산 운용 시대를 연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해외자본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전략산업 투자에도 국부펀드가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어 첨단 산업 보호와 국가 기술주권 강화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세대 위한 국가 포트폴리오
정부가 한국형 국부펀드를 공식화하면서 대한민국은 본격적으로 ‘국가 단위 투자’라는 새로운 경제 전략을 도입하게 된다. 저출산·고령화로 재정 부담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부펀드는 미래세대를 위한 국가 차원의 포트폴리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구체적인 설립안과 조직 구조를 확정하고, 연내 공식 출범을 목표로 속도를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