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 광장 구세군 자선냄비. (사진=이슈라인)


[이슈라인=장사라 기자] 기온이 뚝 떨어진 초겨울 거리.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발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바람은 날카로워졌지만, 그 종소리만큼은 여전히 따뜻하고 익숙하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매년 겨울, 거리 한복판에서 시민들의 작은 나눔을 이끌어내는 상징으로 자리해왔다. 빨간 냄비와 낡은 종, 그리고 두꺼운 외투를 입은 모금대원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겨울의 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세월이 흐르며 도시의 풍경은 화려해졌지만, 구세군의 종소리가 담아내는 메시지는 변함이 없다. “서로를 향한 마음을 잊지 말자.”

누군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누군가는 말없이 손을 내민다. 그 순간, 차갑던 거리의 공기에는 보이지 않는 온기가 스며든다.

구세군의 종소리는 크지도, 요란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 작은 떨림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깨운다.

삶의 속도가 빨라지고, 빛나는 것만 쫓는 사회일수록 우리는 이 소박한 종소리를 더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올겨울도 거리는 차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서 울리는 구세군의 작은 종소리 덕분에 누군가의 하루는, 누군가의 겨울은 조금 더 따뜻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