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내용에 맞춰 Copilot이 만든 이미지. (자료=이슈라인)

[이슈라인=장사라 기자] AI 산업의 흐름이 다시 한 번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술 경쟁의 핵심은 ‘누가 더 큰 모델을 만들 수 있는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다. AI는 거대함에서 벗어나 개인화·현실화·감각화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깊어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사회와 경제의 규칙 자체를 다시 쓰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SLM(Small Language Model) 기반 맞춤형 AI 비서의 등장이다. 더 이상 세상에서 가장 큰 뇌를 가진 인공지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를 제대로 이해하는 작은 AI”가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 대형 모델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답을 내놓았다면, SLM은 사용자의 말투, 일정, 습관까지 기억하며 스스로 ‘도와주는 존재’로 진화한다. 기술의 중심은 단순한 성능이 아니라 개인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두 번째 흐름은 몸을 가진 AI, 즉 로봇 AI의 현실 진입이다. 과거 로봇은 미래 기술의 상징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병원과 물류창고를 오가는 자율보행 로봇, 가정의 청소·보조 로봇, 제조업 현장의 고강도 작업을 대체하는 산업 로봇으로 자리 잡고 있다. AI가 드디어 현실 세계에서 실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똑똑한 소프트웨어가 이제는 팔다리까지 갖추며 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세 번째 변화는 멀티모달 AI의 폭발적 성장이다. AI는 더 이상 텍스트만 다루는 계산기가 아니다. 시각(비전), 청각(오디오), 언어, 센서 융합을 동시에 갖추며 인간의 감각을 모방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이미지를 따로, 소리를 따로 분석하던 시대는 끝났다. AI는 현실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며 스마트폰 인터페이스, 자동차 안전성, 기업 업무 방식까지 재편하고 있다.

맞춤형 SLM 비서, 로봇 AI, 멀티모달 AI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지점에서 만난다. 바로 “AI는 인간을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AI가 커지고 작아지고, 현실로 나오며 감각을 갖추는 과정은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움직임이다.

우리는 지금, 인류가 처음으로 ‘나를 이해하고 나와 함께 움직이는 지능’을 만들어가는 시대에 서 있다. AI가 바꾸는 미래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의 주머니 속, 작업장 속, 집 안 깊숙이 들어와 일상과 경제를 동시에 다시 설계하고 있다.

기술 발전을 지켜보는 이 순간,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AI는 앞으로 얼마나 더 인간을 닮을 것인가.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현명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야말로 다가오는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민혜림
연세대학교 공학 박사
사)한국미래인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