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라인=장사라 기자] 한국 경제가 최근 들어 대만 경제와 유사한 구조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수출 중심 호황과 내수 침체 간의 괴리가 커지고, AI·반도체 등 일부 산업으로 성장 동력이 집중되는 현상이 대만의 전형적인 경기 패턴과 닮아간다는 지적이다.
내수 침체 심화… “대만式 소비 부진 우려”
최근 경제 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소비 회복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고금리와 실질소득 정체가 이어지며 민간 소비는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대만이 수년간 겪어온 구조적 내수 부진과 유사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대만은 반도체·IT 수출이 호황을 누리는 반면 내수 성장률은 장기간 정체되며, 이른바 ‘수출 호황—내수 침체의 격차’가 고착화된 바 있다.
반도체·AI 중심 산업 쏠림… 제조업 균형 흔들려
한국의 성장세 역시 반도체·AI 서버용 부품 등 특정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AI 투자 확대와 HBM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업황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자동차·철강·중화학 등 전통 제조업은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산업 전반의 균형이 무너질 경우 대만처럼 “특정 기술 사이클에 따라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불안정 구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버블 논란… “대만 증시 과열과 닮았다”
전문가들은 AI 중심 기술주 과열 현상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다. 대만 증시는 지난 2~3년간 AI 반도체와 서버업체 중심으로 급등했지만, 실물경제와 괴리가 커지며 ‘AI 버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 역시 최근 AI 반도체·로봇·클라우드 기업 주가가 급등하면서 투자 과열이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구 감소·지방 침체… 한국은 더 빠른 속도
두 나라의 공통점으로 초저출산이 가장 크게 지목된다. 대만은 이미 인구 감소가 본격화됐고, 한국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고 있다. 지방 소멸 위기도 한국이 더 심각하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소비 기반이 축소되고, 주거·노동·연금 등 광범위한 경제 분야에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 “지금이 방향 전환의 마지막 시점”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이 대만式 구조를 피하려면 ▲내수 진작 정책 ▲산업 다변화 ▲지역 균형 전략 ▲AI 버블 안정화 같은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한국이 대만의 실패를 답습할지, 혹은 새로운 모델을 만들지는 지금 몇 년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