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에서 엔지니어가 설계 화면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슈라인=김석민 기자] 삼성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의 핵심인 ‘베이스 다이(Base Die)’를 자사 파운드리 공정으로 직접 생산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AI 반도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HBM4는 기존 세대 대비 월등히 높은 대역폭과 저전력 구조를 갖춘 차세대 메모리로, 초거대 AI 모델 학습·추론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삼성은 4nm급 파운드리 공정에서 베이스 다이를 제작하고, 이를 DRAM 적층(Die Stack)과 TSV(Through-Silicon Vias) 기술로 연결해 완성형 HBM4 제품을 구성한다.

이로써 ‘메모리 → 로직 → 패키징’까지 한 회사가 모두 수행하는, 사실상 세계 유일의 완전 IDM형 HBM4 생산 체제가 구축됐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가속기—GPU(H100·B100 후속), TPU형 AI 프로세서—에 HBM4를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이들 가속기의 성능은 HBM4의 속도와 효율에 직결되며, 삼성의 파운드리 기반 베이스 다이는 엔비디아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의 HBM을 주로 사용해왔지만, AI 수요 폭증으로 인해 단일 공급사 체제는 한계에 직면했다. 업계에서는 HBM4 세대에서 ‘다중 공급(Second Source)’이 필수로 떠오르고 있으며, 삼성의 재진입은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삼성은 최근 HBM4 내부 검증을 완료하고 ‘PRA(생산 준비 승인)’ 단계까지 통과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발표가 아니라 실제 제품 공급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반격이 시작됐다”며 “메모리 회사가 아닌 종합 반도체 기업(IDM)만이 가능한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AI 데이터센터는 초거대 모델, 자율주행, 로봇, 생성형 AI 서비스 확장으로 인해 앞으로 수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HBM4는 이 모든 AI 엔진에 들어가는 ‘핵심 연료’이며, 엔비디아는 그 연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업이다.

삼성이 베이스 다이까지 직접 생산하며 HBM4 시장에 재진입하는 지금,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다시 한번 거대한 판도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메모리 경쟁을 넘어, AI 시대 전체를 겨냥한 전략적 복귀다. 엔비디아와의 협력 구도 변화, 공급망 안정성 확보, 그리고 초거대 AI 인프라 시대를 겨냥한 삼성의 ‘한 수’가 글로벌 반도체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