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라인=김석민 기자] 파리 센강 오른편에 자리한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은 단순한 미술관을 넘어, 프랑스 역사와 세계 문화유산이 켜켜이 쌓여 있는 거대한 시간의 아카이브로 평가된다.

중세 요새에서 세계 최대 박물관으로
루브르의 시작은 12세기 말, 필리프 2세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건설한 중세 요새였다. 이후 왕궁으로 확장됐고, 16세기 프랑수아 1세가 르네상스 양식으로 개축하면서 궁정 문화의 중심지가 됐다.

박물관으로 탈바꿈한 시점은 프랑스 대혁명 직후인 1793년이다. 왕실이 소유하던 방대한 예술품이 시민에게 공개되면서 ‘국민의 미술관’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현재 루브르는 38만 점 이상의 유물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으로 성장했다.

‘모나리자’와 ‘사모트라케의 니케’
루브르를 대표하는 작품들은 세계사의 정수를 보여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하루 평균 2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맞이하며, 고대 그리스 조각의 걸작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대계단 위에서 관람객을 압도한다.

또한 데나동 갤러리에는 고대 이집트 문명의 미이라와 파라오 조각상이 전시돼 있어 관람객을 수천 년 전으로 안내한다.

루브르 주변이 빚어내는 파리의 현재
박물관을 나서면 파리의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루브르와 콩코드 광장을 잇는 튈르리 정원은 시민들의 대표적 산책길이며, 센강 건너 오르세 미술관은 인상주의 작품의 보고로 자리한다.

서쪽으로는 샹젤리제 거리가 개선문까지 이어지며 파리의 장엄한 풍경을 보여주고, 루브르 옆 리볼리 거리는 상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현대적 공간으로 활기를 더한다.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문화 플랫폼

오늘날 루브르는 단순한 ‘과거의 보물창고’가 아니다. 유리 피라미드 아래에서는 디지털 전시, 글로벌 아티스트 협업, 국제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예술 보존과 창작을 동시에 촉진하는 미래형 문화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 여행작가는 “루브르는 역사이자 현재이며, 아직 쓰이지 않은 미래의 예술이 태어나는 공간”이라며 “여행자에게는 감탄을, 인류에게는 영감을, 세계 문화사에는 끝없는 질문을 던지는 살아 있는 거대한 도서관”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