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앙케탱, 자화상, 파이프 자화상, 1892년
[이슈라인=김석민 기자] 프랑스 화가 루이 앙케탱(1861~1932)은 외가가 말 사업을 크게 하던 집안에서 성장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말을 타고 그림을 그리며 자연스럽게 회화와 가까워졌다. 이러한 배경은 그가 평생 그림 속에서 역동성과 생동감을 추구하게 만든 이유 때문이다.
스무 살 무렵, 앙케탱은 파리 몽마르트 거리를 누비며 환락과 예술을 동시에 경험했다. 그는 톨렉과 함께 도시의 밤을 배우고, 고흐와 깊은 우정을 나누며 예술적 교감을 이어갔다. 이러한 교류는 그가 도시 풍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였다.
대표작 〈클리시 거리(Avenue de Clichy)〉는 그가 26세에 완성한 작품으로, 이듬해 고흐의 〈밤의 테라스〉에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푸른 하늘이 어둠으로 물들어가는 순간, 카페 창문 너머로 흘러나오는 노란 불빛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장면은 현대 도시의 고요한 밤을 감각적으로 포착했다.
앙케탱은 인상파 화가들이 빛을 강조하며 사물의 윤곽을 흐리게 표현하는 방식에 의문을 품었다. 그는 외곽선을 먼저 그리고 그 안에 색을 채워 넣는 독창적인 기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빛과 형태 사이의 균형을 구축했다.
그러나 그는 고흐나 고갱 같은 거장들에 가려 상대적으로 잊힌 화가로 남았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은 빛과 색채, 형태를 동시에 탐구한 실험정신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는 현대 미술사에서 간과하기 어려운 가치이기 때문이다.
루이 앙케탱의 그림 앞에서 우리는 한 시대를 살아낸 화가의 열정과 실험정신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그는 빛의 마법과 외곽선의 질서 사이에서 자신만의 길을 구축했다.